고시원 리모델링으로 연수익 22%…로카101의 공간 혁명


픽셀하우스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박준길 로카101 대표. (로카101 제공)

픽셀하우스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박준길 로카101 대표. (로카101 제공)



뿔테 안경을 쓴 앳된 얼굴에 단정한 옷차림. 영락없는 모범생이나 갓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처럼 보이는 청년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1991년생, 올해로 서른넷이지만 사업 경력만 벌써 11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박준길 로카101 대표다.

그는 남들이 기피하고 낙후된 시설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고시원을 픽셀하우스라는 세련된 주거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수도권 원룸 공급이 사실상 박살 났다고 표현되는 지금, 기존 건물을 활용해 연 20%대 수익률을 올리는 그의 사업 비결을 들어봤다.

참고로 로카101(Loka101)이라는 사명은 로컬(Local)과 로케이션(Location)을 합친 말. 버려진 도심 속 낡은 건물을 지역의 핵심 자산으로 되살리겠다는 뜻이다. 브랜드명 픽셀하우스(Pixel Haus)는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인 건물(픽셀)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 전체를 바꾼다는 거창하면서도 구체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


사업의 시작…유학생 불편함이 혁신의 씨앗으로

박 대표가 처음부터 부동산 임대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과 유학 생활을 하며 겪었던 집 구하기의 설움이 창업의 도화선이 됐다.

외국에서 잠시 체류할 때 1년 단위 계약은 부담스럽고, 몇 달만 살 단기 임대 주택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 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보증금은 수천만원에 달했고 월세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 대학생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주한 외국인을 위한 주거 매칭 플랫폼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판 직방을 꿈꾸며 외국인들이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단순 중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집주인들은 외국인 세입자를 꺼렸고, 어렵게 구한 집도 시설이 열악해 컴플레인(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직접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직접 건물을 임대해 리모델링하고 재임대하는 전대차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조립하며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쳤다. 2019년 말 야심 차게 1호점을 준비하며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테마로 잡았다. 오픈과 동시에 만실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것이다. 하늘길이 막히자 외국인 유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오픈 2주 만에 건물이 텅 비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청소와 홍보를 도맡으며 버텨야 했던 암흑기였다.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외국인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국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의 직장인, 취준생, 대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역시 보증금이 낮고 계약 기간이 유연하며 시설이 깨끗한 주거 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박 대표는 즉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 기숙사에서 내국인 1인 가구를 위한 프리미엄 주거 공간으로의 피보팅(사업 전환)은 로카101이 급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 원룸 공급은 멈췄나

지금 대한민국, 특히 서울의 주거 시장은 기형적이다. 1인 가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들이 살 곳은 사라지고 있다. 박 대표는 이 현상을 공급의 동맥경화로 진단했다.

과거에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나 소규모 자본을 가진 건축주들이 다가구주택이나 빌라를 지어 원룸 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큰 원인은 비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인건비마저 치솟았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건축주들이 새로 집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신축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지으려 해도 공사비가 너무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규제의 역설도 한몫했다. 소방법과 건축법이 강화되면서 과거 고시원의 수익 모델이었던 창문 없는 방, 일명 ‘먹방’은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주차장 확보 의무 등 각종 규제를 지키다 보면 임대수익률이 뚝 떨어진다. 기존 고시원들은 시설이 노후화돼도 리모델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하거나 폐업을 선택한다.

결국 신규 공급은 끊기고 기존 공급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대학가 원룸 월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나마 저렴한 곳은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박 대표는 이 지점에서 기회를 봤다. 신축이 불가능하다면 이미 지어진 건물을 되살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고시원을 넘어 마이크로 주거 시스템으로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픽셀하우스 룸. (로카101 제공)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픽셀하우스 룸. (로카101 제공)



픽셀하우스는 법적으로는 다중생활시설, 즉 고시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곳을 전통적인 고시원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박 대표는 이를 데이터 기반의 마이크로 주거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가장 큰 차별점은 표준화와 데이터다. 기존 고시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면 픽셀하우스는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자체 개발한 픽셀 OS를 통해 전 지점의 공실 현황, 에너지 사용량, 입실자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공간 구성에서도 철학이 뚜렷하다. 무조건 방을 많이 쪼개 수익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 1인 가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되,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가구를 직접 제작한다. 기성품 가구는 배불뚝이 냉장고나 세탁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동선을 방해한다. 픽셀하우스는 이런 죽은 공간을 없애기 위해 빌트인 가구를 맞춤 제작해 넣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리모델링 업자들은 눈에 보이는 도배나 장판, 조명에 힘을 준다. 그래야 사진이 잘 나오고 손님을 끌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방음, 단열, 배관, 환기 등 기초 설비에 예산을 집중한다. 살아보면 안다. 겉만 번지르르한 곳은 한 달을 못 버티고 나간다. 하지만 기본기가 튼튼한 방은 재계약률이 높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률로 직결된다.

운영 방식에서도 혁신을 도입했다. 동적 가격 정책이다.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비가 수요에 따라 변하듯 픽셀하우스의 월세도 고정돼 있지 않다. 주변 시세, 계절적 요인, 공실률, 예약 데이터를 분석해 매주 최적의 가격을 산출한다.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공실을 최소화한다.

마케팅 의존도도 낮췄다. 보통 원룸 임대는 직방이나 다방 같은 플랫폼에 의존하며 비싼 광고비를 낸다. 하지만 픽셀하우스는 자체 브랜드 파워를 키워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로 유입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초기 사업 모델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풀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내국인 수요가 비수기일 때 외국인으로 채우는 하이브리드 전략도 구사한다. 그 결과 픽셀하우스의 평균 공실률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임대 위주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연 20% 수익률의 비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수익률이다. 박 대표가 공개한 숫자는 매력적이다. 20실 규모의 지점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보증금과 리모델링 비용을 합쳐 약 3억5000만원에서 5억원의 초기 투자금이 든다.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월 순수익은 300만원에서 800만원 수준이다.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20~22%에 달한다.

이는 은행 예금 금리의 5~6배, 오피스텔이나 상가 임대 수익률의 4~5배에 해당한다. 어떻게 이런 고수익이 가능할까. 핵심은 저평가된 자산의 가치 상승과 비용 통제에 있다.

우선 픽셀하우스는 주로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노후한 근생 건물, 장사가 안 되는 상가 2~3층을 공략한다. 이런 곳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낮은 비용으로 공간을 확보한 뒤 고부가가치 주거 시설로 바꾸는 것이다.

비용 통제는 직영 시스템에서 나온다. 최근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올랐다. 인건비 상승과 자재비 폭등 때문이다. 로카101은 설계, 철거, 시공, 감리, 운영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하니 중간 마진이 없다. 또한 50개 지점을 운영하며 쌓인 데이터로 자재 소요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춘다. 이를 통해 타 업체 대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어떻게 함께 돈 벌 수 있을까

투자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건물주가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공간을 임차해 운영권을 갖는 가맹점주 모델이다. 건물주가 직접 투자하면 월세 수익 외에도 건물 가치 상승이라는 덤을 얻는다. 낡고 공실이 많던 건물이 세련된 주거 시설로 바뀌고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면 추후 매각할 때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엑시트 밸류(Exit Value)라고 한다. 실제 픽셀하우스가 입점한 뒤 건물 가치가 1.6배 이상 뛴 사례도 있다.

가맹점주 모델은 은퇴 자금이나 여유 자금을 굴리려는 개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특별한 기술 없이 자본만 투자하면 본사가 시공부터 운영, 민원 처리까지 도맡아 해준다. 물론 위탁 운영 수수료를 떼야 하지만, 노동력 투입 없이 연 10% 중반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확장과 미래: 주거를 넘어 도시를 운영하다


진화한 고시원 모델을 제시하는 픽셀하우스. (로카101 제공)

진화한 고시원 모델을 제시하는 픽셀하우스. (로카101 제공)



로카101은 현재 주거 임대업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숙박과 리테일이다.

명동, 종로, 홍대 같은 지역은 주거와 관광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곳에서는 한 달 살기를 원하는 외국인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가 많다. 박 대표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살려 픽셀스테이와 픽셀랩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주거의 안정성과 숙박업의 높은 수익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실제 명동점의 경우 일반 주거 지점보다 훨씬 높은 월 1700만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건물 전체를 밸류업하는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도 갖춰가고 있다. 과거에는 건물 2~3층만 임대해 고시원으로 꾸몄다면, 이제는 건물 전체를 통으로 위탁받아 기획한다. 고층부는 픽셀하우스로 채워 안정적인 주거 수요를 확보하고, 저층부에는 입주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테일 브랜드를 입점시킨다.

이를 ‘어반 플러그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임대료를 많이 주는 상점을 넣는 게 아니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세탁 서비스, 헬스장, 공유 오피스, 카페 등을 직접 기획하거나 제휴를 맺어 유치한다. 검증된 파트너에게는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며 초기 창업 부담을 낮춰주기도 한다. 상권이 살아야 건물이 살고, 건물이 살아야 주거 가치도 올라간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소셜 벤처를 꿈꾸며



픽셀하우스 방배점. (로카101 제공)

픽셀하우스 방배점. (로카101 제공)



로카101은 소셜 벤처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버려진 공간을 재생해 사회적 문제인 청년 주거난을 해소한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착한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선한 의도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기업은 결국 이익을 내야 생존할 수 있다. 수익이 나야 투자자가 모이고, 그래야 더 많은 낡은 건물을 고쳐 양질의 주거 공간을 공급할 수 있다. 그에게 소셜 벤처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수익을 통해 선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박 대표는 고시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도 싸우고 있다. 고시원은 빈곤의 상징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주거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소방법 등 안전 규제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민간이 창의적으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에게 최종 목표를 물었다. 그는 도시 운영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회사가 아니라, 도시의 낡은 픽셀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며 청년들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 로카101이 그리는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구체적이었다.

1991년생 대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누적 투자액 130억원, 50개가 넘는 지점은 그 과정에서 얻은 성적표일 뿐이다. 데이터로 무장하고 현장에서 단련된 그의 감각이 서울의 낡은 골목들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고시원에서 엔비디아를 꿈꾸는 그의 상상은 어쩌면 픽셀 하나하나가 모여 완성되는 거대한 모자이크처럼 현실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준길 대표가 말하는 예비 창업자를 위한 조언


박 대표는 “픽셀하우스는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화했다”고 설명했다. (로카101 제공)

박 대표는 “픽셀하우스는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화했다”고 설명했다. (로카101 제공)



첫째, 환상을 버려라. 부동산 임대업이나 공간 사업을 불로소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초기 세팅부터 운영 관리까지 챙겨야 할 디테일이 수천가지다. 직접 발로 뛰며 청소하고 민원을 해결할 각오가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위탁 운영을 맡기더라도 사업의 본질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를 믿어라. 감으로 찍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 수요가 있는 동네를 찾아야 한다. 역세권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유동 인구, 배후 수요, 주변 월세 시세, 공실률 등을 철저하게 데이터로 분석하고 들어가야 실패하지 않는다.

셋째, 타깃을 명확히 하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간은 없다. 대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단기 거주자인지 명확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공간을 기획해야 한다. 타깃이 모호하면 공간의 콘셉트도 모호해지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이 돼 외면받는다.

넷째, 본질에 집중하라. 인테리어는 화려한데 물이 샌다면 소용없다. 방음이 안 돼 옆방 통화 소리가 다 들린다면 누가 살겠는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기본기에 투자하라. 그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economy/1146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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